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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음악 축제에서 공연한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를 관람 햇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이 아닌 적의 진영의 음유시인과 사랑에 빠지자 상대 남자를 죽이는데 알고보니 그게 어릴때 납치당한 주인공의 동생이어서 절망에 빠진다는 흔한(?) 플롯입니다. 


4막으로 이루어져있고 배경은 왕궁 바위산 왕궁 감옥 등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게...무슨 이유에선지 배경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뿐만아니라 의상의 변화도 없습니다. 심지어 왕궁씬을 현대 미술관으로 바꿔서 왕실 하녀인 여주인공과 작위를 가진 귀족인 남주인공을 옛날 큰 건전지 들어가는 후렛쉬 들고 다니는 박물관 직원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그렇게 배경에 변화를 줬으면 대사라도 바꾸던지 햇어야 할텐데 현대적인 복장에 마상시합이라던지 음유시인 이야기를 해대서 보다가 이거 혹시 박물관 직원들이 단체로 귀신들렸다거나 박물관이 아니라 사실은 정신병원 이었다는 사이코 스릴러로 바꾼건가 라는 기대를 하기도 햇습니다만 헛된 생각이었습니다. 

의상에 있어서는 더 가관인게 적도 아군도 집시도 군대도 모두 같은 옷을 입고 나와서 이건뭐 집시들인지 군대인건지 전통복장을 입은것 뿐인지 구분할수 없고 심지어 군대가 전투를 준비하는 장면에서는 현대적인 블투 이어폰을 끼고 있던 사람들이 가죽갑옷을 주섬주섬 걸치면서 칼을 차고 사기를 북돋는 장면은 위화감의 극치를 달립니다. 

배경이라고 다를건 없습니다. 무대 장치 자체는 천장이 내려와서 스크린 역할도 하고 뒷배경도 이것저것 움직이기는 하는게 괜찮은 수준으로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움직이는 배경이 죄다 그림들인데다가 두세점을 빼고는 딱히 스토리의 진행 상황과 어울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쓸데없는 그림들만 늘어 놓을 거면 바위산 장면에서 배경으로 쓸 파위모양 판자랑 감옥장면에서의 창살 모양 스티로폼들이나 준비하는게 좋았을 텐데 말이죠. 배경이 죄다 똑같은 벽이다보니 장소의 이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누더기가 되있는 퀄리티에 화룡점정은 바로 자막이었습니다. 사실 실황이 아닌 녹화된 공연 영상을 보는 장점중에 하나는 실시간으로 영상에 자막이 제공된다는 점일텐데 그 자막의 수준이 완전 떨어집니다. 독창부분들만 해석되서 둘 이상의 캐릭터가 동시에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는 부분들은 모두 비어있고 그나마 해석된 독창도 완전하지도 않습니다. 여주인공의 노래를 몇분간 아예 해석도 안되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노래 끝부분에서 특정 단어가 반복되면서 어조가 변하곤 하는 곳들도 죄다 한개의 문장으로 똑같이 해석이 나와서 분위기를 깹니다. 정말 번역한 사람 엎드리라고 해놓고 옆에 빠따를 같이 세워놨어야 할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재난과도 같은 공연을 끝까지 보게 한건 순전히 배우들의 열연 특히 주연 4인의 열연이었습니다. 정말...무슨생각이었을까요.


총평 ★★☆☆☆

익숙한 이야기의 막장스토리. 답이 없는 무대배경, 의상, 자막들...오직 배우들의 연기만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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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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